제로 웨이스트

제로 웨이스트 리필 인프라의 디지털 전환 사례 비교

mymusicblog 2025. 7. 16. 15:00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는 단순한 쓰레기 줄이기 캠페인을 넘어, 자원순환과 소비문화 전환을 촉진하는 철학적 운동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운동의 실천을 가능하게 하는 물리적 기반인 ‘리필 인프라’는 여전히 지역, 계층, 정보 접근성에 따라 불균형하게 작동하고 있으며, 여기에 디지털 기술의 도입은 그 격차를 완화하고 실천을 확장하는 핵심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리필 매장은 대부분 수기 기록, 수동 관리, 오프라인 중심의 영업 방식을 따르며, 사용자 편의성과 확장성에서 한계가 뚜렷합니다. 이에 반해 최근 주목받는 디지털 전환형 리필 인프라는 앱 기반 운영, QR·RFID 기술 도입, 자동 계량 및 정산, 실시간 재고 공유, 예약제 운용 등 다양한 스마트 기능을 통합하며 제로 웨이스트 실천을 더욱 쉽고 직관적으로 만드는 구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도시 생활자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는 리필 서비스를 ‘직접 찾아가는 수고’보다 ‘정보 기반의 접근성과 일관된 사용자 경험’이 훨씬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는 리필 시스템의 디지털화는 공공과 민간 모두에게 실천율 향상과 운영 효율을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전략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국내외 리필 인프라의 디지털 전환 사례를 비교 분석하여, 제로 웨이스트 실천을 위한 기술적 설계 방향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각 사례가 어떤 방식으로 디지털 도구를 접목했는지, 그리고 그 실효성과 과제는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제로 웨이스트 리필 인프라의 디지털 전환

 

제로 웨이스트 리필 시스템의 해외 디지털 전환 사례 분석

디지털 리필 시스템의 글로벌 선도 사례로는 프랑스의 Loop by TerraCycle, 독일의 Unverpackt 스마트 매장, 미국의 Algramo 플랫폼이 대표적입니다. 이들은 모두 제로 웨이스트 실천을 위해 기술적 접근을 강화하며, 리필을 ‘편리함’의 영역으로 전환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Loop는 다국적 기업 TerraCycle이 운영하는 순환 소비 플랫폼으로, 디지털 기반 다회용기 리필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사용자는 온라인으로 제품을 주문하면 표준화된 재사용 용기에 포장된 제품을 배송받고, 사용 후 빈 용기를 회수 시스템을 통해 반납할 수 있습니다. 모든 과정은 앱과 웹에서 실시간으로 추적되며, 소비자는 배송 상태, 포인트 적립, 회수 일정 등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Loop는 제로 웨이스트 실천을 비접촉 디지털 플랫폼 안에서 일상화한 대표적 사례입니다.

한편, 독일의 Unverpackt 매장은 전통적인 무포장 가게에 RFID 기술과 디지털 계량 시스템을 접목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고객은 개인 계정에 연동된 전자카드로 매장 내 계량기기를 작동시켜 원하는 양만큼 다시 채우며, 자동 정산 및 디지털 영수증 발급이 이루어집니다. 이를 통해 포장 쓰레기 없이 간편하고 빠른 구매 경험을 제공하고 있으며, 매장 운영자는 실시간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고를 관리하고 마케팅 전략을 조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Algramo는 IoT 기반 스마트 리필 기기를 공동주택, 공공기관, 편의점 등에 설치해 ‘이동하지 않고도 리필이 가능한 일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전용 앱에서 리필 예약과 결제를 진행하고, 기기에 자신의 다회용기를 가져가면 자동으로 정량이 배출됩니다. Algramo는 이를 통해 저소득층, 고령층 등 기존 리필 접근성이 낮은 계층에게도 서비스를 확장하며, 실질적인 사회적 포용 모델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들 사례는 공통으로 제로 웨이스트 실천을 위한 리필 인프라의 디지털 전환이 접근성, 편의성,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내 제로 웨이스트 리필 인프라의 디지털화 현황과 한계

국내에서도 제로 웨이스트 실천 확산에 발맞춰 리필 스테이션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전환 시도가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시범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전국적 확산에는 여러 한계가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서울시가 지원한 ‘제로상점’ 프로젝트, 일부 사회적기업의 스마트 리필기 시범 사업, 그리고 일부 지자체의 QR 연동 다회용기 회수 프로그램이 이에 해당합니다.

 

서울의 제로상점은 동주민센터와 지역 커뮤니티 공간에 소규모 리필 공간을 설치하고, 제품 입고·판매 정보를 엑셀 기반으로 관리하거나 예약을 전화와 메신저로 받고 있습니다. 일부 매장에서는 QR 스티커와 회원 인증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시스템 일관성 부족과 운영자의 디지털 역량 격차로 인해 효과가 제한적이었습니다.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는 친환경 스타트업과 협력해 스마트 리필 자판기를 설치하는 시범 사업이 진행되었지만, 유지보수 문제, 세척 시스템 미비, 소비자 UX 부재 등의 문제로 확산이 어려운 상태입니다. 또한 공공기관과 연계된 다회용기 회수 시스템에서는 QR 기반 용기 추적 기능이 탑재되었으나, 운영 주체 간 데이터 공유 시스템 부재로 활용성이 떨어지는 상황입니다.

 

국내의 제로 웨이스트 실천 관련 디지털 전환은 아직 개별 매장 또는 프로젝트 단위로 단편적 실행되고 있으며, 국가 차원의 통합 플랫폼, 표준화된 기술 프로토콜, 정책 지원 체계가 미비한 것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 특히 민간과 공공의 연계 부족, IT와 환경 분야의 협업 구조 미성숙, 이용자 교육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리필 인프라의 디지털화가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로 웨이스트 디지털 리필 인프라의 정책적 방향과 미래 전략

앞서 살펴본 해외와 국내 사례의 비교를 통해, 우리는 제로 웨이스트 실천을 위한 디지털 리필 인프라의 구축이 기술적 진보 그 자체보다 정책적 설계와 운영 주체 간 협력 구조의 중요성에 더 크게 의존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디지털 리필 시스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정책적·전략적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첫째, 국가 또는 광역 지자체 단위의 통합 리필 플랫폼 구축이 시급합니다. 리필 인프라가 운영되는 위치, 품목, 재고, 이용 시간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리필 정보 통합 앱 또는 웹 서비스를 구축해야 하며, 이는 공공데이터 기반으로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UX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리필 생활을 일상화할 수 있으며, 운영자는 실시간 데이터를 통해 수요·공급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둘째, 디지털 리필 인프라에 대한 R&D 및 기술 표준화 지원이 필요합니다. 현재 국내에는 리필 계량기, RFID 연동 장비, 자동 세척기 등의 표준 기술이 부재하며, 이는 현장 적용의 제약으로 이어집니다. 정부가 환경·IT·디자인이 융합된 리필 기술을 육성하고, 민관 공동개발을 위한 실증 사업을 확대해야 실용적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셋째, 제로 웨이스트 디지털 인프라를 지역 일자리 창출과 연계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리필 스테이션 운영자, 용기 세척 관리 인력, 데이터 기반 고객 응대 등은 새로운 녹색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사회적기업이나 지역 주민 협동조합과의 연계 구조가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전략은 사용자 경험 중심의 리필 환경 설계입니다. 환경 실천이 귀찮고 복잡한 절차가 아닌, 디지털 친화적이고 직관적인 경험으로 재디자인될 때 제로 웨이스트 실천은 진정으로 대중화될 수 있습니다. 결국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도구이며, 그 도구는 사람을 향해 설계되어야 합니다.

 

제로 웨이스트 디지털 리필 인프라의 사회적 신뢰 형성과 시민 참여 전략

리필 인프라의 디지털 전환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기술적 완성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시민의 신뢰와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수용성 확보입니다. 많은 기술 기반 정책들이 지속성을 갖지 못하는 이유는 사용자에게 낯선 절차, 불안정한 서비스 경험, 낮은 투명성 등이 누적되면서 신뢰를 잃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제로 웨이스트 실천 역시 ‘기술을 활용한 리필’이라는 생소한 방식이 시민에게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단순하고 직관적인 사용법 제공, 사용자 중심 설계, 반복 학습이 가능한 의사소통 구조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특히 공공이 주도하는 디지털 리필 플랫폼은 개방성과 책임성을 동시 확보할 수 있는 구조 설계가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누구나 리필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방형 API를 제공하고, 시민 제보나 실시간 피드백을 통해 서비스 품질을 개선할 수 있는 참여형 플랫폼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한 디지털 리필 기록을 바탕으로 탄소 절감 수치, 용기 순환 횟수 등 구체적인 실천 데이터를 시각화하여 제공하면, 시민은 자기 행동이 환경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체감하며 자발적 실천을 지속할 동기를 부여받게 됩니다. 이처럼 기술과 시민 참여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제로 웨이스트 디지털 인프라는 단순한 편의 시설을 넘어 환경 정의와 공동체 실천의 중심축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