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웨이스트 관광 - 쓰레기 없는 국내 여행 코스 설계 전략

기후 위기와 탄소 배출 문제, 그리고 일회용품 과다 사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관광 산업 역시 변화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제로 웨이스트 관광’입니다. 제로 웨이스트 관광은 여행 중에 발생하는 불필요한 쓰레기와 자원 낭비를 줄이고, 최대한 순환 가능한 소비 구조 안에서 여행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특히 한국은 내국인 관광 수요가 높고, 1박 2일 단기 여행 패턴이 주를 이루는 구조이기 때문에 간편성과 속도를 중시한 결과, 각종 일회용 포장, 플라스틱 용기, 배달 쓰레기가 여행지마다 쏟아지는 문제가 발생해왔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도 국내 관광지에서 배출되는 생활 쓰레기양은 성수기 기준 평소의 2~3배 이상입니다. 이는 단순히 환경오염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주민 삶의 질 저하, 쓰레기 처리 비용 상승, 지역 이미지 악화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로 웨이스트 관광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적 접근입니다.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는 것을 넘어서, 여행의 전 과정에서 생기는 소비·이동·숙박·체험 활동이 ‘환경적 책임’을 수반하도록 설계되어야 합니다. 이 개념이 보다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구체적인 코스 설계와 정보 제공이 선행돼야 하며, 실제로 이는 ESG 관광 전략과도 맞닿아 있는 흐름입니다.

 

 

제로 웨이스트 관광을 위한 여행 전 준비 단계 전략

제로 웨이스트 관광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여행 전 단계에서부터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은 개인의 일회용품 사용을 줄일 수 있는 장비와 도구를 미리 챙기는 것입니다. 개인 텀블러, 다회용 수저와 빨대, 장바구니, 고체 비누나 샴푸바, 휴대용 도시락 통 등은 대표적인 제로 웨이스트 여행 필수 아이템입니다.

 

이러한 준비가 귀찮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 여행 중 쓰레기 발생의 70% 이상이 식사와 간식, 음료 소비 중에 발생하며 대부분이 포장 폐기물이라는 점에서, 단 몇 가지 준비만으로도 전체 쓰레기양을 현저히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커피 전문점에서 텀블러를 사용하면 평균적으로 400ml의 플라스틱 컵과 뚜껑, 빨대 폐기물을 줄일 수 있으며, 국내 일부 브랜드는 재사용할 수 있는 용기 사용 시 할인도 제공하고 있어, 환경만 아니라 비용 측면에서도 이득입니다.

또한 교통수단 선택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자가용보다 고속철도, 시외버스, 로컬 교통 연계를 활용하면 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자전거나 도보 코스 중심의 여행도 다시 주목받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앱이나 로컬 내비게이션을 사전 활용하면 여행의 질을 높이면서도 친환경적 실천이 가능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 하나쯤이야’라는 인식을 넘어서, 여행자의 역할이 관광지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임을 인식하는 태도입니다. 여행 전 단계에서 이 같은 실천을 통해, 관광이 환경을 파괴하는 소비 행위가 아닌, 순환과 책임의 문화로 전환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제로 웨이스트 관광 코스 설계: 지역별 사례 중심 전략

제로 웨이스트 관광을 더욱 실천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여행 코스를 구성할 때 지역 특성과 친환경 인프라, 리필 가능 지점, 무포장 상점 유무 등을 고려한 전략적 설계가 필요합니다. 한국 내에서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 지역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일부는 지역 차원의 인증 제도나 캠페인을 도입해 자발적 실천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 성수동 일대는 ‘제로 웨이스트 상점 밀집 구역’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리필 전문 매장, 무포장 식료 잡화점, 친환경 카페, 다회용기 회수 서비스 등을 갖춘 상점들이 집중되어 있어, 반나절 또는 1일 코스를 구성하여 쓰레기를 거의 배출하지 않고도 풍성한 여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코스를 구성할 때는 걷거나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수 있는 반경 내에서, 쓰레기 배출을 유발하지 않는 활동 위주로 동선을 구성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부산 해운대 지역이 있습니다. 최근 해운대구는 ‘플라스틱 제로 해수욕장 캠페인’을 운영하며, 음료 판매소와 음식점에 다회용 컵과 용기를 사용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이를 통해 여름철 쓰레기 수거량이 30% 이상 줄었고, 관광객들의 만족도도 상승했습니다. 이와 연계된 지역 숙소는 다회용 amenities와 친환경 세탁제를 사용하는 곳들이 많아, 여행자로서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주도 서귀포시의 일부 로컬시장과 자연 체험 행사는 제로 웨이스트 체험을 코스화하여, 리필제품 만들기, 바다 정화 워크숍, 쓰레기 없는 소풍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단순한 관광을 넘어, 직접 체험을 통해 생활 전환의 계기를 만드는 구조라는 점에서 교육적 가치도 큽니다.

 

제로 웨이스트 관광 확산을 위한 제언과 실천 가이드

제로 웨이스트 관광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개인 실천과 함께 제도적·사회적 기반도 함께 마련되어야 합니다. 여행객 관점에서 실천하기 쉬운 구조, 즉 다회용기 대여소, 리필제품 판매처, 쓰레기 분리배출 시스템, 환경교육 안내 등 실질적인 인프라 제공이 동반돼야 합니다. 현재는 일부 지역에서만 부분적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관광지마다 실천 수준의 편차가 크다는 문제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 관광 관련 기업들은 관광객의 친환경 행동을 유도할 수 있도록, 제로 웨이스트 관광 인증제나 그린 패스포트 프로그램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회용기 사용 실적, 대중교통 이용률, 리필 상점 방문 인증 등을 기록하고, 이에 따라 지역 상품 할인이나 숙박 포인트를 제공하는 등의 게임화된 시스템을 도입하면, 실천 유도 효과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로 웨이스트 관광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실천이 아니라, ‘새로운 여행의 문화’로 재정의될 필요가 있습니다. 더 풍요롭고, 더 건강하며, 더 깊이 있는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로 인식될 때,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실천에 참여하게 됩니다. 여행이 단순한 소비가 아닌, 사회적 책임 일부가 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제로 웨이스트 관광은 환경을 위한 선택인 동시에, 우리 자신을 위한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입니다. 한국에서도 충분히 실현할 수 있는 이 흐름이 더 확산하기 위해서는, 정보 제공, 코스 설계, 정책 연계, 커뮤니티 기반 실천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제 여행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이,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환경 행동이 됩니다.

 

제로 웨이스트 관광을 위한 디지털 정보 플랫폼의 역할

제로 웨이스트 관광이 일상적인 여행 형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용자 친화적인 정보 접근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많은 여행자가 ‘어디에 리필 상점이 있는지’, ‘다회용기를 어디서 대여할 수 있는지’, ‘어떤 숙소가 친환경 인증을 받았는지’ 등을 알고 싶어 하지만, 그 정보를 종합적으로 안내해 주는 시스템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입니다.

 

특히 관광객들은 여행 중에는 검색 시간이나 탐색 의지가 줄어들기 때문에, 사전에 명확하고 직관적인 플랫폼이 준비돼야 실천 의지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로 웨이스트 관광 정보를 통합한 지도 기반 애플리케이션이 제공된다면, 사용자는 자신의 위치에서 가까운 리필 가능 상점, 무포장 음식점, 플라스틱 없는 체험 행사 등을 손쉽게 탐색할 수 있습니다. 또한, 친환경 인증 숙소에 대한 리뷰 시스템이 활성화되면 소비자 선택 기준도 훨씬 명확해질 수 있습니다.

 

현재 일부 환경 NGO나 로컬 커뮤니티가 이러한 정보를 수기로 정리하여 제공하고 있지만, 국가 차원의 통합 플랫폼 또는 지역 관광공사의 API 연계 정보망 구축이 이루어진다면, 여행자뿐만 아니라 지역 상인, 정책 담당자 모두에게 도움이 됩니다. 특히 MZ세대와 같은 디지털 네이티브층은 정보 탐색 경로의 UX(User Experience) 수준이 실천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앱 기반 솔루션은 앞으로 제로 웨이스트 관광 확산의 핵심 매개체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관광에서의 제로 웨이스트 실천은 오프라인의 인프라 못지않게, 온라인 정보의 접근성과 정합성에 의해 결정됩니다. 여행자는 정보가 체계적으로 제공될 때, 더 쉽게 친환경 행동을 선택할 수 있고, 이는 곧 환경적 책임과 실천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구조적 변화로 이어집니다. 디지털 플랫폼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관광을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