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웨이스트

지역 사례 중심의 제로 웨이스트 상인 인터뷰 콘텐츠

mymusicblog 2025. 8. 5. 15:00

제로 웨이스트는 이제 단지 환경 운동가들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일상에서 쓰레기를 줄이고 자원을 순환시키는 삶이 하나의 소비 추세이자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지금, 그 실천의 최전선에 서 있는 이들이 바로 상인들입니다.

 

제로 웨이스트 지역 상인들의 인터뷰


특히 지역 기반의 전통시장이나 개인 상점에서 자발적으로 제로 웨이스트 방식을 도입하고, 손님들과의 일상에서 쓰레기 없는 소비를 이끌어가는 상인들의 이야기는 환경 운동의 현장성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귀중한 사례입니다.

 

이 글에서는 한국 곳곳에서 활동 중인 상인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제로 웨이스트 상인의 실제 실천 방식과 현장에서 마주하는 고민, 그리고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전략까지 구체적으로 풀어보려 합니다. 이 사례들은 단지 상점 운영을 넘어서, 제로 웨이스트 문화를 생활 속에서 확산시키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습니다.

 

제로 웨이스트 상인의 시작인 동작구 ‘소담상회’의 전환기

서울 동작구에 있는 ‘소담상회’는 제로 웨이스트 실천을 기반으로 한 대표적인 전통시장 상점입니다. 10평 남짓한 이 작은 매장은 과일, 곡물, 견과류, 마른 반찬류 등 흔한 상품을 취급하고 있지만, 그 운영 방식은 전혀 평범하지 않습니다. 이곳의 박수미 대표는 “과일 한 봉지를 팔 때마다 따라붙는 비닐봉지가 늘 마음에 걸렸다”라며 제로 웨이스트 방식의 운영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처음에는 종이 포장을 시도했지만, 고객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무게를 견디지 못해 찢어지는 경우도 있었고, 젖거나 내용물이 흘렀을 때는 오히려 불편을 초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박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주변 친환경 브랜드와 협업해 재활용 종이로 만든 방수 코팅 봉투를 개발했고, 고객에게는 다회용기를 지참하면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처음에는 하루 한두 명 수준이었던 용기 지참 고객이, 1년 뒤에는 전체의 30%에 달하게 되었습니다.

 

소담상회는 또한 ‘제로 웨이스트 실천 다이어리’를 자체 제작해 나눠주고, 손님이 다회용기를 사용할 때마다 도장을 찍어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일정 횟수를 채우면 재사용할 수 있는 천 가방이나 친환경 세제를 증정하는 이 시스템은 특히 젊은 고객층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장사를 하면서도 환경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함께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생겼다”라며, 지역의 또 다른 점포와 함께 제로 웨이스트 상점 연합 네트워크를 만드는 중이라고도 전했습니다.

 

소담상회의 사례는 작은 가게도 제로 웨이스트 실천의 거점이 될 수 있으며, 실천이 누적될수록 고객과의 관계는 깊어지고,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는 자연스럽게 높아진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무엇보다 주민과의 일상 속 관계망을 통해 친환경적 소비문화를 스며들게 했다는 점에서 매우 시사적입니다.

 

제로 웨이스트 가게인 부산 '제로인 마켓'의 협업 방식을 통한 확장 전략

부산 해운대구의 ‘제로인 마켓’은 단순히 제로 웨이스트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아니라, 지역 내 지속 가능한 소비와 환경교육을 촉진하는 복합 문화공간입니다. 창업자인 이정훈 대표는 환경 NGO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더 많은 시민이 편안한 마음으로 제로 웨이스트 생활을 접할 수 있도록 물리적 공간을 만들자”라는 목표로 매장을 열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이 매장의 핵심 전략은 판매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 친환경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전시, 체험, 유통을 하나로 연결하는 통합 모델을 구축했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으로 다회용기 제조업체, 비건 제과점, 천연 세제 공방과의 동반 관계를 통해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큐레이션하고 있으며, 전 제품은 포장재 없는 상태로 리필 형태로 구매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제로인 마켓에서는 매월 '제로 마켓 데이'를 운영하며, 지역 브랜드를 초청해 직접 판매와 워크숍을 결합한 팝업 형태의 시장을 엽니다. 이정훈 대표는 “소비자와 생산자가 직접 만나 제품에 담긴 철학과 제작 과정을 공유하면, 신뢰가 쌓이고 실천이 더 오래 지속된다”라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고객 중 60% 이상이 재구매 고객이며, 다회용기 이용률도 매달 증가 추세에 있다고 합니다.

 

교육 프로그램도 눈에 띕니다. 주 1회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클래스’를 통해, 시민 대상 천연 탈취제 만들기, 재사용 쇼핑백 만들기, 종이 없이 장보기 등을 직접 체험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 클래스에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참여하는 비율이 높은데, 이는 미래 세대에게 자연스럽게 환경 감수성을 심어주는 중요한 접점이 되고 있습니다.

이정훈 대표는 “시장에서 소비자가 바뀌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그 변화가 누적되면 시장 자체가 달라진다”라며, 앞으로는 지속 가능한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위한 제로 웨이스트 상점 멘토링 프로그램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제로인 마켓의 사례는 제로 웨이스트 상점이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을 교육하고 공동체를 변화시키는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성공적 모델입니다.

 

제로 웨이스트 실천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청주 ‘초록담은시장’의 현실적 고민

충북 청주시의 ‘초록담은시장’은 지역 먹거리 중심의 중소 규모 전통시장으로, 2021년부터 청주시와의 협력을 통해 제로 웨이스트 시범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시장 내 20개 점포 중 절반 이상이 무포장 판매, 생분해성 포장재 사용, 퇴비화 시스템 등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어려움 또한 적지 않다고 시장 운영위원 김대영 씨는 말합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위생과 관습에 대한 인식의 충돌입니다. 특히 어패류, 육류, 두부류 등을 판매하는 점포에서는 “일회용 포장 없이 판매하는 것이 곧 비위생적이라는 오해를 받는다”라며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김 위원은 “처음에는 생분해 포장재를 도입했지만, 원가가 높아 상인 분들의 부담이 컸고, 일부 소비자도 포장지의 질감이나 투명하지 않은 점을 불편해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노년층 고객의 익숙한 소비 습관도 실천의 걸림돌로 작용했습니다. 종이봉투보다 비닐을 선호하고, 용기 지참보다는 빠른 포장을 기대하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시장은 ‘제로 웨이스트 지침서’를 제작해 배포하고, 시장 입구에 친환경 부스를 설치해 시민과 상인 모두에게 제로 웨이스트 실천법을 시각적으로 안내하기 시작했습니다.

 

흥미로운 변화도 있었습니다. ‘일회용 비닐 사용 안 하기 캠페인’에 참여한 한 채소 가게에서는, 다회용 장바구니 대여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 가게를 찾는 단골이 늘어나 매출도 동반 상승했다고 합니다.

또 한 두부 가게는 자체 용기를 제작해 판매하면서, ‘환경 걱정 없는 두부’라는 브랜딩에 성공해 SNS 입소문을 타기도 했습니다.

 

초록담은시장 사례는 제로 웨이스트 실천이 단순히 물리적 전환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기반으로 한 문화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형성된 지역 주민과 상인 간의 신뢰는 앞으로 이 시장이 친환경 거점으로 발전해 가는 데 든든한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제로 웨이스트 상인의 성장을 위한 플랫폼과 제도적 지원

이러한 제로 웨이스트 상인들의 실천이 일회성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플랫폼과 제도적 지원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상인 중심의 친환경 제품 공동 구매 플랫폼, 지자체 협력 리필 시스템 구축, 소상공인 친환경 전환 보조금 제도 등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실제로 서울시와 경기지역 일부 지자체에서는 제로 웨이스트 점포를 대상으로 인증 마크를 제공하고, 친환경 패키징에 대한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를 시험적으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소비자에게 지속적인 성과급 제공을 위한 보상 연동 앱 서비스 개발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다회용기를 이용한 구매 시 적립이 가능한 '제로 포인트' 시스템은 소비자 행동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이는 곧 매출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인터뷰에 응한 상인들 대부분은 “소비자의 실천 의지는 생각보다 높지만, 제도가 그것을 뒷받침해 주지 못하는 점이 가장 안타깝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초기 비용 부담, 친환경 소재 확보의 어려움, 규격화되지 않은 리필제품 유통 등의 문제가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런데도 상인들은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작은 변화라도 누군가 먼저 시도하면, 그게 파도가 되더라고요.” 제로 웨이스트 상인들의 실천은 단지 쓰레기를 줄이는 것에 머물지 않고, 지역의 가치와 연결되고, 새로운 소비문화를 만들어가는 혁신의 씨앗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