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웨이스트

제로 웨이스트 관점의 음악 페스티벌 운영 설명서

mymusicblog 2025. 8. 2. 10:00

음악 페스티벌은 열정과 자유, 그리고 대중의 강력한 에너지가 모이는 축제의 장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음악 페스티벌이 열리지만, 그 뒤에 남겨지는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와 환경 부담은 종종 외면되곤 합니다.
잔디 위에 흩어진 일회용 컵과 페트병, 무대 뒤에서 쏟아지는 포장재, 플라스틱 식기, 전력 과소비 등은 축제 이후 흔하게 반복되는 ‘후유증’입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음악 페스티벌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2023년 국내 한 중형 야외 음악 페스티벌 기획에 참여하며, 제로 웨이스트 개념을 전면에 반영한 운영 전략을 시도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게 가능할까?”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실행하고 나서 보니 많은 관객이 환경 실천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무대 뒷면의 시스템도 기존보다 더 정돈되고 지속 가능하게 바뀌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로 웨이스트 관점에서 음악 페스티벌을 어떻게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는지, 실제 현장의 흐름에 맞춰 네 가지 핵심 영역으로 나누어 설명하겠습니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잔디밭이 깨끗하고 관객과 스태프 모두가 “우리는 함께 지구를 보호했다”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페스티벌 운영법이 궁금하시다면, 이 설명서가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제로 웨이스트 페스티벌을 위한 무대와 공간 설계 전략

제로 웨이스트 페스티벌의 기초는 물리적 공간 설계입니다. 무대부터 관객이 머무는 구역, 음식 구역과 굿즈 존, 그리고 백스테이지까지, 모든 구역에서 쓰레기의 생성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구조를 설계해야 합니다.

 

제로 웨이스트 관점에서의 음악 페스티벌 운영 방법

 

제가 참여한 현장에서는 무대를 제작할 때부터 임시 구조물의 폐기율을 줄이기 위해 모듈형 조립 무대를 사용했습니다. 이 무대는 재사용할 수 있는 알루미늄 합판으로 제작되어 다른 페스티벌에도 반복적으로 사용될 수 있었습니다.

기존에는 목재 무대를 임시로 세운 뒤 해체와 폐기가 반복되었지만, 이 시스템으로 물리적 폐기물양을 60% 이상 줄일 수 있었습니다.

 

음식 구역에는 전기 공급 방식을 화석연료 기반 발전기에서 태양광 임시 패널과 배터리 시스템으로 대체했으며, 전력 사용량을 사전 계산한 후 각각의 전기 노드마다 소비 제한 장치를 설치했습니다.
덕분에 스태프들도 불필요한 조명을 줄이고, 음향기기 역시 효율적인 장비 중심으로 구성하여 에너지 낭비 없는 무대 운용이 가능했습니다.

 

또한, 동선 설계에서 ‘쓰레기 발생 가능 구간’을 사전에 파악하고, 그 지점마다 재활용 수거 스테이션과 안내 요원을 배치했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분리배출을 유도하는 역할이 아니라, 관객에게 제로 웨이스트 개념을 소개하고 실천을 독려하는 ‘페스티벌 에코 파트너’로서 활동했습니다. 이처럼 무대 구조와 동선 설계 단계부터 제로 웨이스트 전략이 포함될 때, 그 실행력과 효과는 훨씬 강력해집니다.

 

제로 웨이스트 관객 참여 시스템 설계와 실천 유도 전략

제로 웨이스트 페스티벌의 핵심은 관객의 참여입니다. 아무리 운영팀이 체계를 잘 갖췄다고 해도, 관객의 행동이 바뀌지 않으면 현장은 금세 쓰레기로 가득 차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관객과의 소통 방식을 전면적으로 다시 설계했습니다.

 

먼저 티켓 구매 단계부터 ‘환경 실천 안내문’을 함께 제공했습니다. 전자 티켓 발송 시 “텀블러, 장바구니, 다회용 수저를 챙겨오면 보상이 주어진다”라는 내용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사전 신청자를 대상으로 ‘에코 챌린지 인증 보상’를 운영했습니다.
이 시스템은 관객 스스로 제로 웨이스트 페스티벌의 일원이 되었다는 감각을 심어주었고, 행사 당일에도 플라스틱 사용이 실제로 눈에 띄게 줄어든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현장에서는 일회용 컵을 아예 제공하지 않고, 다회용 컵을 보증금 형태로 대여하여 관객이 반납 시 보증금을 돌려받는 시스템을 운영했습니다. 예상보다 반납률은 높았고, 오히려 관객들이 “컵이 예쁘다”라며 챙겨 가는 경우도 많아, 결과적으로 폐기되는 컵 수는 거의 없었습니다.
음식 부스 운영자들에게도 플라스틱 포장 금지를 원칙으로 계약 조건에 포함했고, 일부 부스에는 퇴비화할 수 있는 포장지를 제공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게임화 방식의 참여 유도였습니다. 관객이 각 실천 지점을 인증하면 도장을 받고, 일정 도장이 모이면 소정의 상품을 받을 수 있도록 구성했죠. 이를 통해 행동경제학적 동기를 부여하면서도, 실천 자체를 ‘재미’로 전환할 수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특히 10~20대 관객에게서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냈고, SNS를 통해 ‘제로 웨이스트 챌린지’가 입소문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제로 웨이스트 중심의 공급망 운영과 협력사 기준 설정

제로 웨이스트 페스티벌은 운영진과 관객만으로 실현되지 않습니다. 부스 운영자, 납품업체, 협력사, 현장 시공업체까지 전체 공급망이 함께 같은 방향성을 공유해야 지속 가능한 구조가 완성됩니다.

제가 직접 관여한 사례에서는 공급사와 계약할 때 친환경 운영 조건을 사전에 명시했습니다. 예를 들어, 굿즈 제작사는 모든 상품을 비닐 포장 없이 배송해야 하고, 100% 종이 포장 또는 다회용 수납함으로 대체해야 했습니다. 몇몇 업체는 처음에는 다소 부담스러워했지만, 앞으로도 다른 친환경 행사와 연결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협조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푸드트럭 업체들에는 일회용기 사용 제한, 친환경 세척 방식 도입, 음식물 쓰레기 최소화를 위한 양 조절 제안을 포함한 친환경 운영 지침을 문서로 제공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음식물 쓰레기양은 전년도 대비 45% 감소했고, 식자재 낭비 또한 줄어들어 부스 운영자의 수익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음향·무대 장비 대여사와는 전력 사용 효율 분석서를 함께 검토하며, 고효율 LED 조명과 배터리식 앰프 사용 비율을 높였고, 폐기물 수거 업체와는 모든 쓰레기의 무게, 분류 비율, 재활용률을 실시간 관찰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덕분에 전체 배출 쓰레기의 72% 이상이 재활용 또는 퇴비화되어, 환경 성과를 수치로 입증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공급망 전체에 ‘제로 웨이스트’를 원칙으로 내세우고 실천 기준을 구체화하면, 페스티벌 운영이 단지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산업계 전반에 지속 가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제로 웨이스트 페스티벌의 지속 가능성 평가와 이후 확산 전략

음악 페스티벌이 끝난 뒤 진짜 평가가 시작됩니다.

제로 웨이스트 실천이 일시적인 캠페인에 머물지 않고, 장기적으로 문화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성과를 수치화하고, 구조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확산 전략이 필요합니다.

페스티벌 종료 직후, 우리 팀은 실시간으로 쓰레기 분류 데이터, 관객 보상 참여율, 다회용기 회수율, 전력 사용량 변화 등 환경 관련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환경 영향 리포트’를 작성하고 대외적으로 공개하였습니다. 이 리포트는 다음 행사 후원자를 유치할 때도 매우 효과적인 자료가 되었고, 브랜드의 ESG 활동을 측정하는 근거로도 활용되었습니다.

 

또한, 환경 NGO 및 로컬 커뮤니티와의 협업을 통해 남은 자재를 재사용하거나 지역 행사에 재기부하며 물리적 자원의 선순환도 함께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사용했던 무대 배경 천은 세탁 후 지역 유소년 연극 공연의 무대로 다시 쓰였고, 일부 천막은 야외 시장의 그늘막으로 재활용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관객과의 지속적인 연결이 중요합니다. SNS를 통해 “당신의 페스티벌 실천이 만든 변화”를 시각화한 콘텐츠를 지속해서 발송하고, 다음 행사에 참여할 때 또 다른 챌린지로 연결되도록 연속적인 경험을 설계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관객들에게 “나는 단지 음악을 듣는 소비자가 아니라, 지구와 함께 호흡하는 실천자다”라는 정체성을 심어주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이처럼 제로 웨이스트 페스티벌은 무대 위 음악만큼이나, 무대 아래에서 만들어지는 시스템과 가치의 설계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운영 지침으로 끝나지 않고, 문화적 전환을 촉진하는 예술적, 사회적 실험이자 선언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