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은 오랫동안 지역 공동체의 중심이자,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 환경 속에서도 여전히 지역 주민들에게 신뢰받는 식자재 공급처이며 사회적 유대를 형성하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간과되어 온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과도한 일회용 포장재 사용과 음식물 쓰레기 발생, 그리고 재활용이 어려운 폐기물의 증가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단지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넘어, 시장의 지속 가능성 자체를 위협하게 됩니다. 소비자들의 친환경 의식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시장 역시 변화가 필요합니다. 특히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는 전통시장을 다시 활기차게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는 것을 넘어, 시장의 운영 시스템을 구조적으로 재설계하여 자원 순환을 가능케 하는 방식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도시 재생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제로 웨이스트 기반의 마을 장터 기획을 진행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전통시장과 제로 웨이스트의 결합이 단지 환경적 효과만이 아닌, 경제적, 사회적 가치까지 확장된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이 글을 통해 전통시장이 어떤 방식으로 제로 웨이스트 전략을 도입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가능성과 실현 방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제로 웨이스트 설계를 위한 전통시장 유통 구조의 전환 전략
전통시장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의 다수는 유통 단계에서 기인합니다. 과도하게 포장된 플라스틱, 비닐봉지, 스티로폼 박스, 일회용 용기 등은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익숙한 관행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제로 웨이스트 기반의 시장으로 재설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유통 구조 자체를 재편해야 합니다.
첫 번째 전략은 포장재 다회용화와 리필 시스템 도입입니다. 전통시장에는 곡물, 건어물, 조미료, 과일처럼 리필이 가능한 품목이 많아서, 다회용 용기를 지참한 소비자에게는 일정 금액을 할인하거나, 판매자는 다회용 용기를 기본으로 제공하는 방식이 유효합니다.
실제로 독일 베를린의 한 제로 웨이스트 시장에서는 ‘BYOC(Bring Your Own Container)’ 시스템을 운영하며, 전체 판매의 70% 이상이 용기 지참을 통해 이뤄집니다.
또한 기존의 일회용 비닐 대신 생분해성 비닐봉지나 종이봉투를 사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장기적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궁극적으로는 다회용 운반 가방 대여소 설치와 같은 공공 서비스와 연계된 방안을 설계하는 것이 더 지속 가능합니다.
판매자 측의 변화도 중요합니다. 소상공인은 마진이 높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 전환에 따른 비용 증가를 부담스러워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자체 차원의 초기 성과급 지원, 공동 구매 방식의 친환경 포장재 공급, 제로 웨이스트 실천 가게 인증제 등을 통해 실질적인 유통 구조 변화를 유도해야 합니다.
제가 관여한 한 지역의 ‘친환경 시장 시범 사업’에서는 30여 개 상인이 참여해 플라스틱 용기를 종이 포장으로 전환했고, 이에 따라 3개월간 약 1.2톤의 포장 쓰레기를 줄이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이는 제로 웨이스트 전략이 단지 이상적인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운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수거 시스템과 순환 구조의 결합으로 제로 웨이스트 인프라 기반 조성
제로 웨이스트 전통시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포장재 대체를 넘어, 인프라 차원의 자원 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합니다.
특히 시장 내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과일 껍질, 포장 폐기물 등이 무분별하게 버려지지 않도록, 철저한 분류 후 수거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우선, 시장 내 ‘분리수거 스테이션’을 핵심 거점으로 설치하고, 품목별 분리 기준을 시각적으로 안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반 소비자가 쉽게 구분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컬러 코딩 시스템과 상징 아이콘을 활용해 분리수거에 대한 장벽을 낮추어야 합니다.
또한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가 수거 시스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상형 리워드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참여율이 급격히 증가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서울 성동구의 ‘자원 순환형 전통시장’ 프로젝트입니다. 이곳에서는 쓰레기를 분류해 버리면 포인트를 제공하고, 누적 포인트로 시장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함으로써, 분리수거가 생활 속 경제활동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모델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의 처리도 핵심 요소 중 하나입니다. 단순히 버리는 것이 아니라, 시장 내에 소형 퇴비화 기계를 도입하거나, 인근 도시농업 공동체와 협약을 맺어 자원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전통시장은 농산물이 많은 만큼 유기성 폐기물의 비중이 높아서, 이를 활용한 퇴비화 시스템은 지역 내 자원 순환을 강화할 기회가 됩니다.
결론적으로, 제로 웨이스트 시장을 위한 인프라 조성은 단지 시설 설치가 아니라, 지역 생태계와의 연결을 통해 순환구조를 실현하는 통합 전략이 되어야 합니다.
제로 웨이스트 전통시장 운영을 위한 교육 및 캠페인과 시민 참여 확산 전략
제로 웨이스트 전통시장은 상인과 소비자, 지역 주민 모두가 함께 만드는 공간입니다. 그러므로 인프라와 유통 구조의 변화만으로는 완전한 실현이 어렵고, 시민의 행동 변화와 실천 참여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지속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시장 중심의 체험형 캠페인 운영입니다.
예를 들어, 매월 셋째 주를 ‘제로 웨이스트 시장 주간’으로 지정하여, 다회용기 할인 행사, 분리배출 교육 워크숍, 어린이 대상 친환경 체험 부스 등을 운영하면, 시장을 찾는 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친환경 문화에 참여하게 됩니다.
또한 제로 웨이스트 실천 가게나 모범 상인을 선정하여 인증 마크를 부여하고, SNS 홍보를 병행하는 방식도 효과적입니다.
실제로 강원도 원주의 한 시장에서는 이러한 방식으로 ‘친환경 명예 점포’ 제도를 운용한 결과, 전체 점포의 40%가 포장재를 자발적으로 줄이는 구조로 전환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상인들 스스로 변화의 주체로 인식하게 되는 계기를 제공한 것입니다.
저 역시 한 지역 행사에서 ‘제로 웨이스트 장보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데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 중 절반 이상이 “그 이후에도 용기를 가지고 시장을 찾았다”라는 피드백을 남겼습니다. 결국 작은 실천의 경험이 반복되면, 시민의 생활 습관 자체가 친환경 방향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특히 Z세대, MZ세대의 시장 유입을 위해서는 온라인 콘텐츠와 챌린지를 연계한 디지털 캠페인 전략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제로 웨이스트 장보기 인증 릴레이’, ‘내 용기 자랑하기 챌린지’ 등 SNS 기반 콘텐츠는 시장에 대한 인식을 젊고 유행에 맞게 바꿀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제로 웨이스트 시장과 지역 경제 생태계의 동시 성장 가능성
제로 웨이스트 전통시장은 단순히 환경 보호를 위한 시도가 아니라, 지역 경제 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전략적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시장의 친환경 전환은 지속 가능한 생산·소비 구조를 촉진하며, 동시에 시장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신규 소비자를 유입시키는 기회를 만들어냅니다.
예를 들어, 제로 웨이스트 요소를 반영한 ‘지역 먹거리 리필 구역’이나 ‘생분해 포장 전용 구역’을 구성하면, 기존의 대형마트와 차별화된 친환경 쇼핑 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판매 방식을 바꾸는 것을 넘어, 시장을 찾는 이유 자체를 새롭게 만들어주는 요소입니다.
또한 지역 생산자와의 직거래를 강화하고, 산지 직송 방식으로 유통 단계를 줄이면 폐기물 발생을 억제하면서도 지역 내 순환 경제가 활성화됩니다.
일부 시장에서는 시장 내에 작은 ‘제로 웨이스트 편집숍’을 조성하여, 시장과 연계된 친환경 브랜드, 다회용기 제작 업체, 지역 예술가들의 리필 용품 등을 함께 판매하며 복합 문화 공간으로 기능하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제로 웨이스트 전통시장은 지속 가능성과 함께 새로운 상업적 가치와 문화적 콘텐츠를 융합할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고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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